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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목마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2015년 작 《자객 섭은낭》은 전통 무협 장르에 독특한 미학적 감성을 더해 새로운 차원의 영화 경험을 선사한다. 이 작품은 당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한 암살자의 이야기를 통해 의리와 복수, 그리고 인간 내면의 갈등을 섬세하게 탐구한다.영화는 주인공 섭은낭(서기)이 어릴 적 납치되어 자객으로 길러진 후, 고향으로 돌아와 암살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러나 이 단순한 줄거리 속에 허우 샤오시엔 감독 특유의 깊이 있는 인물 묘사와 시대상에 대한 통찰이 녹아있다.서기의 연기는 영화의 중심축이다. 그녀는 거의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로 섭은낭의 복잡한 내면을 표현해낸다. 특히 그녀의 눈빛은 말로 표현되지 않는 감정의 깊이를 전달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캐릭터의 내적 갈등에 깊이 공..
《언어와의 작별》: 언어와 과학, 외계와 인간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지적 SF드니 빌뇌브 감독의 2015년 작 《언어와의 작별》은 SF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이다. 테드 창의 단편 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외계인의 방문이라는 SF적 설정을 통해 언어, 시간, 그리고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펼친다.영화는 12개의 외계 우주선이 지구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언어학자 루이스 뱅크스(에이미 애덤스)는 미 군부의 요청으로 외계인들과의 소통을 위해 투입된다. 그녀는 이론물리학자 이안 도넬리(제레미 레너)와 함께 외계인 '헵타포드'의 언어를 해독하려 노력한다.빌뇌브 감독은 이 과정을 통해 언어와 인식의 관계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사피어-워프 가설을 바탕으로..
존 크로울리 감독의 2015년 작 《브루클린》은 1950년대 아일랜드 출신 이민자의 이야기를 통해 정체성, 사랑, 그리고 인생의 선택에 대한 섬세한 탐구를 펼치는 작품이다. 콜름 토이빈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는 시어셔 로넌이 연기한 주인공 에일리스의 여정을 따라가며, 고향을 떠나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는 과정을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그려낸다.영화는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에일리스는 언니의 도움으로 미국 브루클린행 배를 탄다. 처음 겪는 긴 항해와 낯선 땅에서의 생활은 에일리스에게 큰 도전이다. 향수병에 시달리며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그녀는 점차 브루클린의 생활에 익숙해지고, 이탈리아계 미국인 토니(에모리 코헨)와 사랑에 빠진다.크로울리 감독은 에일리스의 성장 과정을 섬..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의 2014년 작 《리바이어던》은 현대 러시아 사회의 부패와 권력 남용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작품이다. 성서의 '욥기'와 토마스 홉스의 저서에서 영감을 받은 이 영화는 러시아 북부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평범한 가장이 부패한 권력 앞에서 무력해지는 과정을 그린다.영화는 자동차 정비공 콜랴(알렉세이 세레브랴코프)가 자신의 집과 땅을 강제 수용하려는 시장 바딤(로만 마댜노프)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콜랴는 모스크바에서 온 변호사 친구 드미트리(블라디미르 브차코프)의 도움을 받아 법적 투쟁을 벌이지만, 그의 노력은 점점 더 거대한 권력의 벽에 부딪힌다.즈비아긴체프 감독은 이 단순한 구도를 통해 러시아 사회의 복잡한 권력 구조와 부패의 실상을 파헤친다. 영화는 관료주의, ..
이란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2010년 작 《사랑을 카피하다》는 예술, 사랑, 그리고 진실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담은 지적이고 매혹적인 작품이다. 이 영화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영국 작가와 프랑스 골동품상 여성의 만남을 통해 현실과 허구, 원본과 복제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영화는 영국 작가 제임스 밀러(윌리엄 시마엘)가 자신의 책 '카피를 만드는 방법'의 이탈리아어판 출간 기념 강연차 투스카니를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그는 그곳에서 프랑스 골동품상 여성(줄리엣 비노쉬)을 만나고, 둘은 함께 하루 동안 투스카니 시골길을 드라이브하며 대화를 나눈다.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이 단순한 설정을 통해 복잡하고 다층적인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두 인물의 대화는 예술, 사랑, 결혼, 진..
아브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의 2013년 작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두 여성 사이의 열정적인 사랑과 성장을 그린 대담하고 감성적인 작품이다. 줄리 마로의 그래픽 노블 「블루 이즈 워멧스트 컬러」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10대 소녀 아델(아델 엑자르코풀로스)과 20대 초반의 예술가 엠마(레아 세이두) 사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영화는 고등학생 아델의 일상에서 시작한다. 문학에 관심이 많고 감수성이 풍부한 아델은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난 파란 머리의 미술대학생 엠마에게 강렬하게 끌리게 된다. 두 사람의 관계는 빠르게 발전하여 열정적인 사랑으로 이어진다.케시시 감독은 두 주인공의 관계를 극도로 친밀하고 생생하게 그려낸다. 카메라는 인물들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스티브 맥퀸 감독의 2013년 작 《노예 12년》은 19세기 미국 남부의 노예제도를 다룬 충격적이고 강렬한 역사 드라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자유인이었던 흑인 음악가 솔로몬 노섭(치웨텔 에지오포)이 납치되어 12년간 노예로 살아야 했던 고통스러운 경험을 그린다.영화는 1841년 뉴욕에서 시작된다. 재능 있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자유인인 솔로몬은 순회 공연 제안을 받고 워싱턴 D.C.로 떠난다. 그러나 그는 그곳에서 납치되어 루이지애나로 팔려가고, 자신의 진짜 이름과 신분을 숨긴 채 '플랫'이라는 이름으로 노예 생활을 시작한다.맥퀸 감독은 솔로몬의 12년간의 고통스러운 여정을 냉정하고 직설적으로 그려낸다. 카메라는 노예들이 겪는 잔인한 폭력과 비인간적인 처우를 거침없이 포착한다. 특히 솔로몬이 ..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2011년 작 《멜랑콜리아》는 세계의 종말을 앞둔 두 자매의 심리적 여정을 통해 우울증, 불안, 그리고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독특한 SF 드라마이다. 이 영화는 시각적 아름다움과 심리적 깊이를 결합하여 관객들에게 강렬한 체험을 선사한다.영화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 부분 "저스틴"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저스틴(커스틴 던스트)의 결혼식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두 번째 부분 "클레어"는 저스틴의 언니 클레어(샬롯 갱스부르)에 초점을 맞추며, '멜랑콜리아'라는 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위기에 처한 상황을 다룬다.영화는 8분간의 서곡으로 시작한다. 이 장면들은 초고속 촬영으로 마치 움직이는 회화처럼 보이며, 리하르트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서곡을 배경으로 영화의 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