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의 2014년 작 《리바이어던》은 현대 러시아 사회의 부패와 권력 남용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작품이다. 성서의 '욥기'와 토마스 홉스의 저서에서 영감을 받은 이 영화는 러시아 북부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평범한 가장이 부패한 권력 앞에서 무력해지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는 자동차 정비공 콜랴(알렉세이 세레브랴코프)가 자신의 집과 땅을 강제 수용하려는 시장 바딤(로만 마댜노프)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콜랴는 모스크바에서 온 변호사 친구 드미트리(블라디미르 브차코프)의 도움을 받아 법적 투쟁을 벌이지만, 그의 노력은 점점 더 거대한 권력의 벽에 부딪힌다.
즈비아긴체프 감독은 이 단순한 구도를 통해 러시아 사회의 복잡한 권력 구조와 부패의 실상을 파헤친다. 영화는 관료주의, 교회와 국가의 유착, 사법제도의 무력함 등을 예리하게 비판한다. 특히 정교회 주교가 바딤 시장에게 "모든 권력은 신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하는 장면은 종교가 어떻게 권력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미하일 크리치만의 촬영은 영화의 주제를 시각적으로 강화한다. 황량한 바렌츠해 연안의 풍경, 녹슨 어선의 잔해, 고래의 해골 등은 인간의 나약함과 자연의 압도적인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영화 제목이 의미하는 '리바이어던', 즉 성경에 나오는 거대한 바다 괴물을 연상시키며, 동시에 홉스가 말한 절대 권력을 가진 국가를 암시한다.
《리바이어던》의 인물들은 모두 복잡하고 결함이 있다. 콜랴는 정의를 위해 싸우는 주인공이지만, 동시에 폭력적이고 알코올 중독이다. 그의 아내 릴랴(엘레나 랴도바)는 남편을 배신하고, 드미트리는 결정적인 순간에 도망간다. 이러한 인물 묘사는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 부패한 시스템 속에서 모든 이가 어떻게 타락하고 무력해지는지를 보여준다.
영화의 후반부는 점점 더 어두워진다. 콜랴의 투쟁은 점점 더 절망적이 되고, 그를 둘러싼 상황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특히 그의 아들 로마(세르게이 포코다에프)가 겪는 정신적 충격은 이 모든 부조리한 상황의 가장 큰 피해자가 결국 무고한 이들임을 보여준다.
필립 글래스의 음악은 영화의 무거운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한다. 단조롭고 반복적인 선율은 인물들의 무력감과 절망을 더욱 강조한다.
《리바이어던》은 단순히 러시아만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그것은 권력의 본질, 개인의 자유와 국가 권력의 충돌, 종교와 정치의 관계 등 보편적인 주제들을 탐구한다.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개인은 거대한 권력 앞에서 어떻게 저항할 수 있는가? 정의와 법은 어떻게 왜곡되는가? 그리고 이러한 부조리한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은 《리바이어던》을 통해 현대 사회의 가장 어두운 면을 파헤친다. 그의 냉철한 시선은 인간의 나약함과 시스템의 폭력성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인간의 존엄성과 저항 정신에 대한 희미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리바이어던》은 21세기 러시아 영화의 대표작일 뿐만 아니라, 권력과 부패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을 담은 현대 영화의 걸작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게 하며, 동시에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만든다. 즈비아긴체프의 예리한 통찰은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며, 정의와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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