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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목마
데이비드 핀처의 2007년 작 "조디악"은 단순한 범죄 스릴러를 넘어선 작품이다. 1960-70년대 샌프란시스코를 뒤흔든 연쇄살인마 '조디악'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통해, 핀처는 진실에 대한 집착과 그 과정에서 파괴되는 인간 심리를 예리하게 포착한다.영화는 세 인물의 시선을 통해 사건을 바라본다. 경찰 데이브 토시(마크 러팔로), 기자 폴 에이버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그리고 만화가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렌할)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의 추적은 단순한 수사를 넘어 강박에 가까운 집착으로 변모한다. 특히 그레이스미스의 여정은 진실 추구가 어떻게 한 인간을 소모시킬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핀처의 연출은 차갑고 정밀하다. 그는 화려한 액션이나 극적인 반전 대신, 세부 사항에 대한 집요한 추적..
코엔 형제의 2013년 작 "인사이드 르윈"은 1960년대 초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의 포크 음악 씬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재능 있지만 성공하지 못한 음악가의 일주일을 따라가며 예술, 실패, 그리고 인생의 의미를 탐구한다.주인공과 시대적 배경르윈 데이비스(오스카 아이작)는 재능 있는 포크 가수지만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캐릭터는 실제 포크 가수 데이브 밴 롱크를 모델로 했다.1961년 겨울이라는 시대적 배경은 중요하다. 이는 밥 딜런의 등장 직전, 포크 음악의 황금기가 시작되기 바로 전 시점이다. 르윈의 고뇌는 이러한 시대적 전환점과 맞물린다.서사 구조영화는 순환적 구조를 가진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동일한 상황을 보여주며, 이는 르윈의 삶이 제자리걸음임을 암시한다.르윈의 ..
에드워드 양 감독의 2000년 작 "하나 그리고 둘"은 현대 대만 영화의 대표작이자, 세계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작품이다. 이 영화는 한 가족의 일상을 통해 현대 사회의 단면을 포착한다.서사 구조영화는 전통적인 플롯 구조를 따르지 않는다. 대신 NJ(우닛 니엔), 민민(켈리 리), 팅팅(리 시안)으로 구성된 지앙 가족의 일상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구조는 일상의 파편성과 삶의 우연성을 강조한다.각 인물의 이야기는 독립적으로 진행되면서도 미묘하게 연결된다. 이는 가족 구성원 간의 소통과 단절을 동시에 보여준다.시간의 표현영화는 시간을 독특하게 다룬다. 긴 롱테이크와 정적인 카메라 워크는 시간의 흐름을 생생하게 포착한다.특히 할머니의 혼수상태 장면은 시간의 정지와 흐름을 동시에 표현하는 걸작이다...
코엔 형제의 2007년 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코맥 매카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네오 누아르 스릴러다. 이 영화는 텍사스 국경 지대를 배경으로 폭력의 순환과 도덕의 붕괴를 탐구한다.서사 구조영화는 세 명의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르웰린 모스(조쉬 브롤린)는 우연히 발견한 200만 달러를 가지고 도망친다.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는 그 돈을 추적하는 무자비한 살인자다. 에드 톰 벨 보안관(토미 리 존스)은 이 모든 사건을 쫓는 노련한 경찰이다.이 세 인물의 이야기는 병렬적으로 진행되며, 때로는 교차하고 때로는 어긋난다. 이러한 구조는 운명의 우연성과 필연성을 동시에 강조한다.폭력의 묘사영화는 폭력을 생생하게 묘사하지만, 그것을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폭력의 무의미함과 파괴적 ..
테렌스 맬릭 감독의 "트리 오브 라이프"(2011)는 현대 영화의 경계를 확장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우주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서사로 확장시킨다.서사 구조의 혁신영화는 전통적인 내러티브를 거부한다. 대신 단편적인 기억, 꿈, 그리고 우주적 비전을 병치시킨다. 이는 인간 경험의 복잡성과 우주의 신비를 동시에 표현하려는 시도다.중심 서사는 1950년대 텍사스의 오브라이언 가족을 따라간다. 잭(숀 펜)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자신의 어린 시절과 가족 관계를 회상한다. 이 개인적 이야기는 우주의 탄생과 생명의 진화 과정과 교차된다.존재의 본질에 대한 질문영화는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질..
미셸 공드리 감독의 "이터널 선샤인"(2004)은 현대 영화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찰리 카우프먼의 탁월한 각본과 공드리의 창의적인 연출이 만나 독특한 시각 언어를 창조해냈다.서사 구조의 혁신영화는 비선형적 구조를 채택한다. 주인공 조엘(짐 캐리)이 연인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에 대한 기억을 지우는 과정을 역순으로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형식 실험이 아닌, 기억의 본질을 탐구하는 장치다.기억 삭제 과정은 조엘의 의식 속에서 펼쳐진다. 관객은 그의 기억을 따라 현재와 과거를 오간다. 이 과정에서 사랑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그 사이의 복잡한 감정들이 드러난다.정체성과 기억의 관계영화는 "우리는 기억의 총합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서로에 대한 기억을 지우려 하지만, 결국 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보이후드"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실험적 작품이다. 12년간 같은 배우들과 함께 촬영한 이 영화는 메이슨이라는 소년의 성장을 실시간으로 담아냈다. 시간의 기록"보이후드"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간성이다. 영화는 2002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조금씩 촬영되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도전을 넘어 영화의 본질적 주제와 맞닿아 있다.메이슨(엘라 콜트레인)의 변화는 영화의 중심축이다. 6살에서 18살까지, 그의 신체적, 정신적 성장이 화면에 고스란히 담긴다. 이는 관객에게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우리는 마치 오랜 친구의 성장을 지켜보는 듯한 친밀감을 느낀다.가족의 초상메이슨의 성장과 함께 그의 가족 역시 변화한다. 어머니 올리비아(패트리샤 아케트)는 학업과 경력을 쌓으며 자아실현을 꿈꾼..
미야자키 하야오의 걸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현대 애니메이션의 금자탑이라 할 만하다. 2001년 개봉 이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작품이 주는 감동과 여운은 식을 줄 모른다.이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10살 소녀 치히로의 모험을 그리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현대 일본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이 숨어있다. 미야자키 감독은 욕심에 눈이 먼 부모님이 돼지로 변하는 설정을 통해 물질만능주의의 폐해를 꼬집고, 이름을 빼앗긴 치히로가 센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며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정체성의 문제를 다룬다.영화의 배경인 유바바의 욕탕은 단순한 판타지 세계가 아닌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여기서 일하는 다양한 요괴들은 각기 다른 인간 군상을 대변하며, 치히로는 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