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개봉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는 현대 영화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베트남 전쟁 귀환병 트래비스 비클(로버트 드 니로)의 정신적 붕괴 과정을 통해 1970년대 뉴욕의 어둡고 타락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작품은, 도시의 소외와 폭력, 그리고 구원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폴 슈레이더의 자전적 경험이 녹아든 시나리오는 외로움과 소외, 그리고 그로 인한 광기를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주인공이 택시 운전사가 되어 뉴욕의 밤거리를 누비는 설정은, 현대 도시인의 고립된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로버트 드 니로는 트래비스 비클 역할을 통해 자신의 대표작 중 하나를 만들어냈다. 그의 연기는 사회와 단절된 채 점차 극단적인 사상에 빠져드는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불편함과 동시에 연민을 느끼게 만든다.
버나드 허먼의 마지막 음악 작업이기도 한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재즈와 현대음악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뉴욕의 어둡고 불안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색소폰 선율은 트래비스의 고독과 우울을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마이클 채프먼의 촬영은 뉴욕의 밤거리를 지옥과도 같은 공간으로 그려낸다. 네온사인의 번쩍임과 증기가 피어오르는 맨홀, 그리고 빗물에 젖은 거리는 주인공의 왜곡된 시선을 통해 더욱 기괴하게 표현된다.
조디 포스터가 연기한 12살의 어린 매춘부 아이리스는 영화의 가장 충격적이면서도 중요한 요소다. 그녀의 존재는 트래비스가 스스로를 구원자로 여기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며, 도시의 타락상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상징이 된다.
사이벨 세퍼드가 연기한 베치는 트래비스가 궁극적으로 도달할 수 없는 순수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그녀와의 실패한 관계는 트래비스를 더욱 극단적인 폭력의 길로 이끄는 촉매제가 된다.
영화는 폭력을 통한 구원이라는 모순적 주제를 탐구한다. 트래비스가 선택한 폭력적 방식의 정화는 결과적으로 그를 사회의 영웅으로 만들지만, 이는 사회의 위선을 더욱 날카롭게 드러내는 아이러니를 만들어낸다.
"거울을 보며 하는 대사" 장면은 영화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장면 중 하나가 되었다. 이 장면은 자아와 분열된 자아 사이의 대화를 보여주며, 트래비스의 정신적 붕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스콜세지 감독은 카메라의 움직임을 통해 트래비스의 정신 상태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그의 아파트에서의 전화 통화 장면에서 카메라가 점차 멀어지는 움직임은 그의 고립감을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영화는 당시 미국 사회의 인종적, 계급적 갈등도 예리하게 포착한다. 트래비스의 인종차별적 시선과 엘리트 계층에 대한 증오는 1970년대 미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의 해석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트래비스의 영웅적 결말이 실제인지 아니면 그의 환상인지에 대한 논쟁은 영화의 깊이를 더해준다.
영화는 개인의 폭력성과 사회의 폭력성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트래비스의 폭력은 개인적인 동시에 사회적이며, 이는 현대 사회의 폭력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택시 드라이버'는 현대 도시의 고독과 소외, 폭력의 순환, 구원의 가능성이라는 주제를 통해 시대를 초월한 걸작으로 자리매김했다. 개봉 당시의 충격적인 폭력성은 현재에도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영화의 영향력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토드 필립스의 '조커'를 비롯한 많은 현대 영화들이 '택시 드라이버'의 영향을 받았으며, 소외된 개인의 폭력화라는 주제는 현대 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택시 드라이버'는 단순한 폭력 영화나 사회 비판 영화를 넘어서는 깊이 있는 인간 탐구를 보여준다. 광기와 구원, 고독과 폭력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통해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