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겔 고메스 감독의 2012년 작 《타부》는 포르투갈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실험적이고 매혹적인 작품이다. 이 영화는 현재와 과거,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사랑과 기억, 그리고 식민주의의 유산에 대한 복잡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영화는 두 개의 뚜렷이 구분되는 부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 파트 "잃어버린 낙원"은 현대 리스본에서 세 노년 여성의 일상을 그리고, 두 번째 파트 "낙원"은 50년 전 아프리카 식민지에서의 금지된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고메스 감독의 연출은 대담하고 실험적이다. 그는 전통적인 내러티브 구조를 해체하고, 대신 파편화된 기억과 꿈 같은 이미지들로 이야기를 구성한다. 특히 두 번째 파트에서는 대사 없이 오직 내레이션과 음향효과만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감한 시도를 보여준다.
《타부》의 시각적 미학은 특별히 주목할 만하다. 첫 번째 파트는 35mm 필름으로 촬영되어 현실적인 질감을 주는 반면, 두 번째 파트는 16mm 흑백 필름으로 촬영되어 과거의 기억이나 꿈을 연상시키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루이 로코의 촬영은 이러한 두 세계의 대비를 아름답게 포착한다.
영화는 사랑과 기억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포르투갈의 식민주의 역사라는 특수한 맥락을 놓치지 않는다. 아프리카에서의 금지된 사랑 이야기는 개인의 로맨스를 넘어, 식민 지배의 폭력성과 그 유산에 대한 은유로 읽힐 수 있다.
음악의 사용도 독특하다. 현대 팝송부터 전통 아프리카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사용되며, 이는 영화의 시공간적 이동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한다. 특히 필 스펙터의 "Be My Baby"가 중요한 순간에 사용되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타부》는 '타부'라는 개념을 여러 층위에서 탐구한다. 금지된 사랑, 식민지 지배, 그리고 과거에 대한 향수 등이 모두 일종의 '타부'로 작용하며, 이는 영화에 복잡한 정서적 깊이를 더한다.
고메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여러 질문을 던진다. 기억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과거와 현재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식민주의의 유산과 대면해야 하는가?
영화의 구조는 F.W. 무르나우의 고전 《타부》를 연상시키지만, 고메스는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그는 영화사에 대한 오마주와 현대적 감수성을 절묘하게 조화시키며, 이는 영화에 독특한 시간성을 부여한다.
《타부》의 연기 또한 주목할 만하다. 특히 두 번째 파트에서 무성영화 스타일의 과장된 연기는 영화의 몽환적 분위기를 강화하면서도, 동시에 그 시대의 로맨스에 대한 아이러니한 시선을 제공한다.
이 작품은 현대 포르투갈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고메스 감독은 자국의 역사와 문화적 특수성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동시에 보편적인 인간 경험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펼친다.
《타부》는 단순한 로맨스나 역사극을 넘어선다. 그것은 기억과 욕망, 역사와 신화가 교차하는 복잡한 텍스트이며, 동시에 영화 매체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실험적 작품이다. 고메스 감독은 우리에게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방식으로 영화를 경험하게 한다.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쉽게 소화되지 않는 도전적인 작품이지만, 그 속에는 인간의 욕망과 기억, 그리고 역사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타부》는 현대 영화의 경계를 확장하고, 우리에게 영화 보기와 역사 이해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는 중요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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